[입장문] ‘독립성’보다 ‘현 경영체제 유지’ 앞세운 서스틴베스트의 감사위원 후보 권고… 명백한 자기모순에 깊은 유감
게시일 2026.08.20
■ “두 후보 독립성 차이 없다”면서 경영진 제안 후보 지지…후보 선정 절차의 본질적 차이 외면
■ 감사위원 전문성을 회계·감사 경력 중심으로 협소하게 평가…감사위원회의 본질적 역할 간과
■ ‘현 경영체제 연속성’을 후보 선택 근거로 제시…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의 취지와 정면 배치
영풍·MBK파트너스는 서스틴베스트가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분리선출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서 회사 측 백인규 후보에 찬성하고 박유경 후보에 반대를 권고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이번 권고는 감사위원에게 가장 중요한 독립성을 판단하면서 후보 선정 절차의 명백한 차이를 사실상 외면하고, 전문성을 회계·감사 경력 중심으로 협소하게 평가한 데다, ‘현 경영체제의 연속성’을 독립 감사위원 선임의 판단 근거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의결권 자문사의 역할은 특정 경영체제의 유지 여부를 전제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개별 안건의 목적과 제도적 취지에 따라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분석을 제공하는 데 있다. 이번 권고가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의 취지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충분히 반영했는지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어떻게 두 후보의 독립성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는가.
서스틴베스트는 백인규 후보와 박유경 후보 모두 경영진 또는 지배주주와의 관계로 독립적인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볼 사정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독립성 측면에서 두 후보 간 유의미한 우열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두 후보의 선정 절차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고려아연의 공개추천에서는 후보가 나오지 않았고, 결국 회사 경영진이 제안한 백 후보를 이사회가 추천했다. 반면 박 후보는 영풍·MBK파트너스가 자체적으로 발굴·지명한 후보가 아니라, 주주와 기업지배구조 관련 기관, 학계, NGO 등에 열린 공개추천과 양측으로부터 독립된 외부심사를 거쳐 선정됐다.
경영진이 제안한 후보와 독립적인 공개추천·외부심사를 거친 후보 사이에 독립성 측면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서스틴베스트가 실질적인 독립성을 무엇으로 평가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감사위원의 독립성은 후보와 경영진 사이에 형식적인 특수관계가 존재하는지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누가 후보를 발굴하고 검증했으며 어떤 절차를 거쳐 선정됐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은 독립적인 선임 절차에서 시작된다.
둘째, ‘공인회계사 경력=감사위원 전문성 우위’라는 접근은 지나치게 협소하다.
서스틴베스트는 공인회계사로 장기간 회계·감사 업무를 수행한 백 후보가 재무보고, 회계처리, 내부통제 및 외부감사 등의 전문성에서 상대적 우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감사위원은 회사의 장부를 검사하기 위해 선임하는 외부감사인이 아니다.
감사위원회는 회계뿐 아니라 경영진의 업무집행과 내부통제, 대규모 투자와 자본배분, 이해상충 및 리스크 관리 등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독립적으로 감독하고 견제해야 하는 이사회 내 핵심 기구다.
박 후보는 APG에서 17년간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입장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책임투자와 기업지배구조를 총괄하며 국내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이사회 독립성, 자본배분, 주주권 등 기업가치와 직결된 사안에 직접 관여했다.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위원회와 국민연금 ESG위원회에서도 활동했다.
이러한 경험을 충분히 비교하지 않은 채 회계·감사 경력의 ‘직접성’을 이유로 백 후보에게 전문성 우위를 부여한 것은 감사위원회의 역할을 사실상 회계감사 기능으로 축소한 평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셋째, ‘현 경영체제의 연속성’을 감사위원 후보 선택의 근거로 삼은 것은 명백한 자기모순이다.
이번 권고에서 가장 모순적인 부분은 서스틴베스트가 ‘현 경영체제의 연속성 유지’를 백 후보 지지의 근거로 명시했다는 점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는 경영진과 지배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하고 일반주주의 목소리를 이사회 감독 기능에 반영함으로써 감사위원의 실질적인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그런데 경영진을 독립적으로 감시해야 할 감사위원을 선임하면서 ‘현 경영체제의 연속성’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것은 제도의 목적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더욱이 서스틴베스트는 스스로 “현 경영체제의 연속성 유지와 거버넌스 개선은 별개의 문제”라고 밝히면서도, 실제 후보 선택에서는 바로 그 경영체제의 연속성을 회사 측 후보 지지의 근거로 사용했다.
이는 논리적으로 양립하기 어렵다. 감사위원은 현 경영체제의 연속성을 지원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 경영체제가 올바르게 작동하는지를 독립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 존재한다.
특히 회사의 회계처리와 내부통제, 경영진의 주요 의사결정 등에 대해 관계당국의 조사와 조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경영체제의 연속성’을 뒷받침하는 감사위원이 아니라, 그 경영체제를 더욱 독립적으로 감독할 수 있는 감사위원이다.
넷째, 판단 기준은 ‘누가 현 경영체제에 유리한가’가 아니라 ‘누가 독립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가’다.
오는 9월 9일 임시주주총회의 감사위원 선임은 단순히 두 후보의 경력을 비교하는 투표가 아니다. 개정 상법이 강화한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의 취지가 실제 기업 현장에서 구현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시험대다.
따라서 판단 기준은 명확하다.
누가 현 경영체제의 연속성에 도움이 되는가가 아니라, 누가 경영진과 최대주주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고 회사와 전체 주주의 장기적인 이익을 기준으로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가다.
박유경 후보는 어느 한쪽의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한 후보가 아니다. 어느 쪽이 경영권을 갖더라도 독립적으로 경영진을 감시하고 전체 주주의 관점에서 판단하기 위해 공개추천과 독립심사를 거쳐 선정된 후보이다.
서스틴베스트가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권 보호를 중시하는 의결권 자문기관이라면, ‘현 경영체제의 연속성’이라는 결론에서 출발할 것이 아니라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가 왜 존재하는지에서부터 다시 판단해야 한다.
영풍·MBK 파트너스는 서스틴베스트가 이번 권고에 적용한 후보 독립성 및 전문성 평가 기준, 후보 선정 절차에 대한 평가 여부, 그리고 ‘현 경영체제의 연속성’을 감사위원 후보 선택에 반영한 구체적인 근거를 시장과 고객에게 투명하게 설명할 것을 촉구한다.
감사위원 선임에서 ‘현 경영체제의 연속성’을 독립성보다 앞세우는 것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가 존재하는 이유와 정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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