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지창배 관련사에 363억5천만원 빌려주고 고려아연 출자금으로 회수…같은 패턴 세 차례

게시일 2026.10.23

-      청호컴넷 사채 70억원·이매진아시아 ‘되사기’ CP 93억5천만원·청호컴넷 자회사 인수 200억원

-      고려아연 사채·CP 인수로 자금 공급→원아시아 펀드 고려아연 출자금 유입→고려아연 채권 상환

-      영풍·MBK “대상과 중간법인만 바뀐 ‘셀프상환’ 패턴 세 차례 반복…손실 위험은 고려아연이 출자한 펀드에 그대로 남아”

 

고려아연이 최윤범 사내이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와 관련된 회사들에 사채·기업어음(CP) 인수 방식으로 총 363억5000만원을 공급한 뒤, 고려아연이 출자한 원아시아 펀드의 투자금으로 해당 채권을 상환받는 동일한 패턴의 거래가 세 차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고려아연 공시와 법인등기부, 관련 기록 등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본업과 무관한 회사들이 발행한 사모사채와 CP를 잇달아 인수했다. 해당 회사들은 모두 당시 고려아연 대표이사였던 최윤범 현 사내이사의 측근인 지창배 대표 또는 그 가족회사와 관련돼 있었다.

 

세 거래는 대상 회사와 중간법인만 달랐을 뿐 자금 흐름은 사실상 같았다. 고려아연이 사채나 CP를 인수해 먼저 자금을 공급하고, 이후 고려아연이 출자한 원아시아 펀드가 해당 회사 또는 관련 회사에 투자했다. 이렇게 유입된 자금은 고려아연이 보유한 사채나 CP를 상환하는 데 사용됐다.

 

직접 보유하던 채권은 상환됐지만 그 재원 역시 고려아연 출자금에서 나왔고, 관련 회사의 부실에 따른 손실 위험은 고려아연이 출자한 펀드에 남았다. 영풍·MBK 파트너스는 이를 고려아연 돈으로 고려아연 채권을 갚은 ‘셀프상환’ 구조라고 지적했다.

① 자금난 빠진 청호컴넷에 70억원…원아시아 펀드 자금으로 상환

 

고려아연은 2019년 2월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던 청호컴넷이 발행한 사모사채 70억원어치를 인수했다. 청호컴넷은 지창배 대표의 가족회사였다.

 

이후 고려아연이 출자한 원아시아 펀드의 자금이 고려아연이 보유한 청호컴넷 사채를 상환하는 데 사용됐다. 지 대표는 이 과정에서 원아시아 펀드 자금을 유용한 혐의로 기소돼 관련 형사사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② 이매진아시아 ‘되사기’에 93억5천만원…3주 뒤 펀드 투자금으로 CP 상환

 

2019년 12월에는 지창배 대표 측이 과거 가족회사를 통해 보유했다가 매각한 코스닥 상장사 이매진아시아의 지배력을 다시 확보하는 과정에서 같은 구조의 거래가 이뤄졌다.

 

고려아연은 설립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영미디어이엔티가 발행한 CP 93억5000만원어치를 인수했다. 이 자금은 디케이이앤엠과 라이브엔터테인먼트 등 중간법인을 거쳐 이매진아시아의 최대주주 지분을 확보하는 데 사용됐다.

 

약 3주 뒤 고려아연은 원아시아 펀드에 96억원을 출자했다. 해당 펀드는 영미디어이엔티가 보유한 디케이이앤엠 지분과 디케이이앤엠의 신주를 인수했고, 영미디어이엔티는 이를 통해 유입된 자금으로 고려아연에 CP 93억5000만원을 상환했다.

 

③ 신설법인 통해 청호컴넷 자회사 인수…200억원도 같은 방식으로 상환

 

고려아연은 2020년 3월 신설법인 에스더블유앤씨가 발행한 사모사채 200억원어치를 인수했다. 에스더블유앤씨는 이 돈으로 청호컴넷의 100% 자회사인 세원을 인수했다.

 

당시 세원의 2019년 당기순이익은 3억원, 자기자본은 85억원에 불과했다. 고려아연이 공급한 200억원은 세원 자기자본의 두 배를 넘고, 연간 순이익의 약 67배에 달했다.

 

이후 고려아연은 원아시아 펀드에 255억원을 출자했고, 펀드는 에스더블유앤씨에 투자했다. 에스더블유앤씨는 투자금이 유입되자 고려아연이 보유한 사모사채 200억원을 상환했다.

 

담보 없이 자금 공급하거나 원리금에 크게 못 미치는 담보만 확보

 

일부 거래에서는 담보가 없거나 확보된 담보가 원리금에 크게 못 미쳤던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 기록에 따르면 거래 실무를 담당한 고려아연 재무 담당 임직원들은 수사기관 조사에서 상부의 지시로 사채 인수 업무를 진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했다.

 

영풍·MBK 파트너스 관계자는 “대상 회사와 중간법인만 달라졌을 뿐, 고려아연이 지창배 대표 관련 회사에 먼저 자금을 공급하고 원아시아 펀드에 들어간 고려아연 출자금으로 고려아연 채권을 상환하는 패턴은 세 거래 모두 동일하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거래가 세 차례 반복됐다는 점에서 이를 우연이나 펀드 운용사의 독립적인 투자 판단으로 보기 어렵다”며 “당시 고려아연 대표이사였던 최윤범 현 사내이사를 비롯해 누가 거래를 지시하고 결정했는지, 사업성과 회수 가능성 및 이해상충 여부에 대한 정상적인 검토가 이뤄졌는지 관계 당국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

쿠키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이거나 브라우저 설정에서 쿠키를 사용하지 않음으로 설정되어 있는 경우 사이트의 일부 기능(로그인 등)을 이용할 수 없으니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