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주장하는 이그니오 '트레이딩 부문' 매출은 어디에?
게시일 2024.11.12
- 고려아연, 이그니오 5,800억 인수 당시 “트레이딩 포함 매출 600억 원, 멀티플 9배 적정” 주장
- 최근 “고려아연 인수 이후 ‘트레이딩 매출’ 완전히 사라졌다” 언론 보도 나와
- 매출 2조 원대 트레이딩 업체 캐터맨은 불과 740억 원에 인수… 대신 2,700억 빚 떠안아
- 동 제련 위해 인수했다는 캐터맨…정작 주력 상품은 알루미늄, 니켈?
고려아연이 5,800억 원을 투자해 인수한 미국의 전자폐기물 재활용회사 ‘이그니오 홀딩스(이하 이그니오)’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여러 해명을 내놓고 있지만, 의혹이 해소되기는 커녕 오히려 증폭되는 모양새다.
“이그니오의 ‘트레이딩 부문’ 매출을 포함하면 인수가는 매출의 약 9배로 적정한 수준”이라는 고려아연의 입장과는 달리 “고려아연의 인수 이후 이그니오의 ‘트레이딩 부문’ 매출이 사라졌다”는 언론 보도가 나와 논란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이그니오 ‘트레이딩 부문’ 매출 실제로 있었나? 없었나?
지난 11일 국내 한 언론은 “이그니오는 고려아연의 인수 이후 트레이딩 매출이 완전히 사라졌고, 대신 새로 설립한 전자폐기물 파쇄 업체 EvTerra 및 프랑스 제련시설인 이그니오 프랑스의 매출이 이를 대체했다”며 “실제 ‘23년 상반기 이그니오의 매출 2,727만 달러(374억 원)의 100%는 비철금속 제련 원재료를 생산한 자원순환 사업을 통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 홀딩스(이하 페달포인트)를 통해 2022년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약 5,800억 원을 들여 이그니오를 인수했다. 고려아연은 이그니오의 재무 현황에 대해 최초 지분 인수 당시인 그해 7월에는 21년 말 기준(잠정실적) 자본 총계 약 110억 원, 매출액 약 637억 원으로 공시했으나, 잔여 지분 완료 시점인 그해 11월에는 21년 결산 후 재무자료상 자본 총계 -19억 원, 매출액 29억 원으로 공시했다. 불과 4개월 사이에 서로 다른 이그니오의 재무현황이 공시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그니오에 대한 감사보고서상 2021년 매출의 경우 2021년 10월 1일부터 같은 해 12월 31일까지의 기간 동안에 한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그니오는 2021년 2월에 설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감사보고서 상으로도 2021년 9월 30일 이전의 매출액에 대하여 전혀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더욱 더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만약 이그니오의 매출액 29억 원이 2021년 10월 1일부터 같은 해 12월 31일까지의 기간 동안에 한정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고려아연이 2022년 7월에 공시자료를 통해 밝힌 2021년 잠정 매출액 637억에 비교해 볼 때 너무나도 낮은 매출액 수준인 것이다.
또한 이그니오의 2021년 감사보고서상 2021년 말 기준 자본총계는 -19억 원이 맞는 것이므로 고려아연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의 회사를 1년을 기준으로 산정한 매출액(3개월 매출액 29억 원에 4를 곱한 수치 가정) 대비 50배 수준의 고가에 인수했다는 논란이 일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트레이딩 부문 자산에 의한 매출이 포함된 기준으로 이그니오의 매출은 637억 원이므로 인수가는 약 9배이며, 해당 매출 기준으로 멀티플 9배의 인수가는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러나 이번 언론 보도의 내용대로 현재 이그니오의 매출에 트레이딩 부문의 매출이 아예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 트레이딩 부문을 포함해 인수했다는 고려아연의 주장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은 것이다. 고려아연이 이그니오의 인수 당시 가치평가나 실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이그니오는 자원순환 분야에 오랜 경험이 있는 창업자가 지난해 3월 돌연 사퇴한 이후 고려아연의 호주 자회사 출신 인물이 CEO를 맡고 있고, 조지아 주에 짓기로 했던 전자폐기물 재활용 소성공장 건설계획 철회 이후 추가 투자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어 고려아연이 이그니오를 제대로 운영할 의지가 있는지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그니오의 인수 후 경영실적이다. 공시된 22년 말 페달포인트의 매출은 329억 원인데 당기순손실이 282억 원, 23년 말에는 809억 원 매출에 당기순손실이 530억 원에 달해 합리적인 기준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재무상태를 보이고 있다. 페달포인트는 일종의 지주회사로 실제 그 매출은 자회사인 이그니오의 매출을 포함하는데 매출 대비 과도한 손실을 내고 있어서 이 부분도 별도로 해명이 필요할 것이다.
◆매출 600억 이그니오 5,800억에 인수 VS 매출 1조6천억 캐터맨 740억에 인수?
고려아연이 올해 초 인수한 미국의 고철 트레이딩 업체 ‘캐터맨 메탈(이하 캐터맨)’의 인수 규모와 비교하면 이그니오의 ‘고가 인수’ 논란은 더욱 두드러진다.
고려아연은 올해 4월 미국의 자회사 페달포인트를 통해 캐터맨의 지분 100%를 5,500만 달러(740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고려아연의 공시에 따르면 캐터맨의 매출액은 1조6,561억 원, 당기순이익은 36억 원이었다.
매출 1조 6,561억 원 규모의 캐터맨은 740억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인수한 반면, 이그니오는 고려아연의 주장대로 트레이딩 부문 매출을 포함할 지라도 매출 600억 원대의 회사를 무려 5,800억 원에 인수한 것이다.
고려아연의 캐터맨 인수 건 자체도 논란거리다. 해당 매체는 “캐터맨의 매출 대비 순익비율은 0.22%, 매출대비 운영이익 비율(EBIT 마진)은 0.75%에 불과한 말 그대로 박리다매 기업이다. 1,000원을 팔면 수익이 2원이 남는 기업인 셈”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고려아연은 캐터맨이 JP모건 체이스 은행에 지고 있던 부채 2억 달러(2,700억 원)도 지급보증 형식으로 떠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캐터맨 인수에 대해 석연치 않은 부분은 더 있다. 고려아연은 올해 8월 19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증설과 순환체계 구축으로 동 제련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2028년까지 동 생산량을 연간 15만톤으로 확대하겠다”며 “이를 위해 2022년 7월 이그니오를 인수하고 2024년 4월 글로벌 메탈 스크랩 기업 캐터맨을 인수하기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캐터맨은 동이 아닌 알루미늄과 니켈 등 고려아연의 사업과는 다소 연관성이 낮은 비철금속을 주로 취급하는 트레이딩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매체는 “미국 세관 당국의 10월 수출입 기록을 살펴보면 캐터맨이 10월 11~15일 선적한 비철금속은 모두 알루미늄이었고 거래처는 한국의 동일알미늄, 동원시스템 등이었다”고 밝혔다.
매출이 훨씬 큰 캐터맨을 이그니오의 인수 가격에 비해 헐값에 인수한 점도 수상하지만,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비철금속을 주로 트레이딩하고 마진율도 극히 낮은 캐터맨을 인수한 점도 이상하다.
결국 이그니오의 ‘고가 인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매출만 높은 캐터맨을 인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고려아연의 사업보고서상 이그니오와 캐터맨의 매출은 각각 따로 집계되지 않고, 페달포인트의 매출에 포함되어 함께 집계되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지금이라도 이그니오의 평가보고서, 실사보고서 등 이그니오 인수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해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이그니오 인수대금 5,800억 원 중 미래 투자를 위한 신주대금 2,000억 원이 어떻게 쓰여졌으며, 구주인수대금 3,800억 원은 주주들에게 어떤 조건으로 지급됐는지, 그리고 정확한 거래 근거와 의사결정과정은 무엇인지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끝>